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가을에 하지 말아야 할 것

설리숲 2017. 9. 6. 22:40

 

 

  늘 툴툴거리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겨울엔 춥다고 툴툴거리고 여름엔 덥다고 툴툴거렸습니다.

 봄에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고 마스크를 쓰고 다녔으며 봄이 밉다고 툴툴거렸습니다. 그러면서 벚꽃놀이 가자고 졸라댔고 미적거리는 내가 자길 사랑하지 않는다고 툴툴거렸습니다.

 여름이 끝나고 환절기가 되면 감기가 걸렸다고 마스크를 쓰고 다녔습니다. 환절기가 싫다고 툴툴거렸습니다. 오빠랑 키스해야 하는데 마스크 때문에 엉망이라고 툴툴거렸습니다.

 

 너는 일년 내내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애구나. 내가 그렇게 말하면 늙은이처럼 얘기한다고 툴툴거렸습니다. 언제나 불행해서 툴툴거리지만 나의 그녀는 늘 사랑스러웠습니다.

 겨울이 추워서 진짜 싫다면서 언제나 내 주머니 속에 제 손을 넣었고 무시로 내 품속으로 들어와 있곤 했습니다.  여름이 더워 진짜 싫다면서 짧은 핫팬츠에 어깨와 쇄골이 환히 드러나는 나시를 입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여름은 졸라 싫어하지만 넘넘 좋아하는 오빠를 유혹하려고 그렇게 입는다고 그럽니다.

 늘 툴툴거리기만 하는 그녀지만 하나도 밉지가 않습니다. 그녀의 툴툴거림은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일년 내내 그녀는 하루도 행복한 날이 없었지만 나는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가을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가을에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별입니다.

 특히나 비 내리는 날은 이별하지 말아야 합니다.

 

 

 

  

 

 

 

 

 

 

 

 

 

 

                       박혜경 :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