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숲 2017. 9. 1. 00:17

 

 도시로 옮겨 생활하다 보니 차를 쓸 일이 없다. 걸어서 10~30분이면 슈퍼마켓이나 마트, 대형매장이 있고 그 외 다른 것들도 지근거리에 있다. 그것 아니라도 진주가 그리 크지 않은 도시라 어딜 가든 걸어서 두 시간을 넘지 않는다. 정선 살 때 면소재지도 걸어서 두 시간 다녔던 이력으로 보아 내 차뿐만 아니라 시내버스도 탈 일이 없다.

 시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갈 일이 있어도 터미널이 또한 지근거리라 내 차고지처럼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땡이다.

 

 중소도시도 이럴진대 부산이나 서울 등 대도시는 진정 사람이 살기 위한 시스템으로 완비됐다. 집 문병만 나가면 버스에 전철에 택시까지 콘텐츠들이 풍성하게 널렸다. 차 없이 살기 더없이 좋다. 곳곳에 공원이나 문화공간들이 산재해 있다. 사람들의 의식이 합리적이다. 누구도 나에 대해 쓸데없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 취향에 들어맞는다.

 다만 한가지 옥의 티가 곳곳에 매달려 눈을 뒤룩거리는 감시카메라다. 200미터 나들가게 가는 길에 설치된 카메라를 세어보니 9개가 매달려 있다. 눈에 안 보이는 것도 있을 테니 열 개가 되나.

 이 미세한 옥의 티가 다른 긍정적인 완벽한 것들을 압도하는 치명적인 결점이다.

 

 그래도 어쨌든 나는 도시가 좋다. 서울은 더 좋다. 나는 도시인이 적성에 맞는다.

 그나저나 차는 주차장에 박아 놓고 오래 타지 않아 햇빛에 녹고 비에 쓸리고 시나브로 고철이 되어 간다. 배터리 방전될까 이따금 시동 한번 걸어는 줘야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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