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수선사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다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에서 느끼는 공허감이다. 그 모임이 흥청할수록 고독감은 더 진하기 마련이다.
봄 한 철을 그야말로 치열하게 지내온 후의 여유는 쾌적하기보다 공허감이 크다. 더구나 그 마지막들을 접하고 나온 상실감이란. 이런 경우 마음 약한 사람은 빈둥지증후군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문득 생각해 낸 곳이 수선사였다.
작년 봄 거창 선학정사의 정원이 아름다워 다들 감탄하는 중에도 수선사의 정원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왔었다. 그래? 수선사의 정원이 그리 아름답다고라? 그러 한번 가 보지.
기대가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수선사의 정원은 유명세만큼 아름다웠다. 그러나 워낙 높이 올라 있던 나의 기대치에는 좀 못 미치는 아쉬움이 있었다.
마당 전체를 연못으로 파서 꾸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정원이다. 방송에도 나온 만큼 그 유명세가 과언은 아니라는 생각.
내 마음 속에는 선학정사의 정원이 더 진하게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다시 시간이 전 재산인 생활로 돌아왔다. 치열한 생활 끝의 공허감은 하루면 치유되기 마련이니 삶은 늘 상하향곡선, 즉 롤로코스터 같은 것임을 다시 생각한다.
사찰 내에 카페가 있다. 물론 시정의 카페와 다름없이 커피와 그 등속의 음료를 판다. 마당에 연못으로 정원을 꾸미는 발상만큼 절에서 커피를 파는 발상도 기발하다. 이런 열린 마인드가 시원시원하다. 구상하고 있는 소설의 모티프를 하나 떠올렸다. 시쳇말로 득템을 한 셈이다. 문밖을 나와 햇빛 속으로 걸어간다는 것은 이런 소소한 것을 보고 듣는 삶의 본질이 아니겠나.
지오반니 마라디 : My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