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톰 소여의 모험

설리숲 2017. 2. 6. 00:24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은 미국의 정서와 풍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많은 책을 읽진 않았지만 대개 미국 작가들의 소설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과 치부를 부각시키거나, 그 반대로 그 어두운 면을 덮어 밝고 화사한 사회를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미시시피 강을 필요 이상으로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았다. 우리 가까운 곳에 흔히 흐르는 인간과 친근한 강이요, 등장인물도 우리 이웃의 평범한 아이들과 어른들이다. 고 이문구의 <우리 동네> 시리즈의 그런 흔한 사람들이다.

 

 주인공은 물론 토마스 소여다. 장난을 좋아하여 그 꺼리를 찾아내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소년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소년은 모험심 또한 강해서 그 나이 또래 이상의 무모한 모험을 서슴지 않는다. 어른 독자들은 이 대담한 소년의 패기에 가슴이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어린 꼬마들이지만 그들의 시선을 통해 어른과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한다. 외견상 주로 어린이용 만화영화로 제작되긴 했지만 어린이를 위한 동화는 아니다.

 

 내게는 톰보다 그의 부랑아 친구 허클베리가 매력적이다. 불우한 가정,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여 늘 천덕꾸러기로 외로이 지내지만 그는 생래부터 갖춘 낙천적인 기질과 긍정적인 사고로 어린이답지 않은 달관의 삶을 산다. 톰이나 허크나 이런 면에서 비범한 어린이는 아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이 콤비로 어울릴 수 있었으며 두려움을 모르는 모험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소설의 전()이라 할 수 있는 동굴모험의 결과로 둘은 금은보화를 얻어 벼락부자가 된다. 게다가 허크는 마음씨 좋은 더글라스 부인의 양자로 후견을 받게 되어 더 이상 부랑자로 살지 않게 된다. 그러나 허크는 따뜻하고 안락한 가정생활을 마다하고 어느 날 더글러스 부인의 집에서 자취를 감춘다. 톰은 어느 헛간에서 자고 있는 그를 찾아낸다. 옷도 예전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다. 안락한 집에서 따스하게 보살펴주지만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다며 다시 전처럼 지내겠다고 톰에게 말하면서 자신의 몫이 된 금은보화도 톰에게 다 주겠다고 한다.

 

 소유하지 않음으로서 누리는 자유를 허크는 태어날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인가!

어제 포스팅했던 <즐거운 나의 집> 노래이야기, 그리고 속한 카페에 올렸던 집을 소유하지 않는 새들의 자유이야기에 요즘 많은 상념과 더불어 공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죽었을 때 몸뚱이 말고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삶이었으면 좋겠다. 법정 스님처럼.

 

 이런 사이다 같은 소설을 왜 진작 읽지 않았나. 미국이라는, 폭력적이지 않은 나라의 소박했던 시절을 잠시 선망해 보았다. 이보다 더 빼어난 수작이라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도 기대된다.

 

 

 

 

영화 <톰 소여, 1973년> 중에서 River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