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비오는 날 목욕

설리숲 2017. 1. 30. 00:21

 

 

 목욕을 한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린다. 이놈의 동네는 겨울에 눈이 아니고 비가 내리냔 말이지. 다른 지방에는 눈 때문에 설 명절 귀가 행렬이 여의치 않다던데.

 비가 오는 날 목욕을 하면 그 상쾌한 기분이 반으로 줄어든다. 대기에 가득 찬 습기. 보이는 것 들리는 것 피부에 닿는 것 모두가 축축한 것들 뿐이다.

 특히 이런 을씨년스런 겨울날의 비는 몸도 마음도 추진다.

 

 목욕하고 나서는 느낌이 가장 좋은 때는 맑은 햇빛 쏟아지는 가을날 오후이다.

 손수건을 공중으로 던져 올리면 파란 물이 들게 하늘은 벽공이고, 플라타나스 우듬지로 새어 내려오는 햇살을 받은 몸은 이루 말할 구 없이 뽀송뽀송하고 상큼하다.

 가을이 벌써 그립다.

 

 

 

 

 

 

 

 

 

김수민 작사 박정원 작곡 수민 노래 : 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