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숲 2014. 6. 23. 01:03

 

 선생님은 열심히 공부하라고 늘상 말했다. 하위권에 있는 애들도 부지런히 예습 복습하면 안되는 게 없다며 면학의 의지를 북돋워 주었다. 어느 달에 월말고사에서 중하위권에 있던 아이가 반 순위 2위가 되었다. 다들 신기하고 놀라워했다. 칭찬하고 혹 상이라도 줄 줄 알았던 선생님은 그러나 냉랭하게 반응했다.

 

 너 이리 와 봐. 커닝했지?

 

 여러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 아이는 얼마나 굴욕스러웠을까. 영웅이 되려는 순간에 못된 짓 한 아이로 전락해 버린 대반전이었다. 선생님은 기어이 죄를 추궁하여 밝히겠다는 집심으로 교무실로 그 아이를 데려갔고 그 결과는 모르겠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 국민학교 어느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늘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누구나 성적이 오를 거라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던 선생님은 그러나 하위권의 아이들이 톱클래스에 드는 걸 원치 않았던 것이다. 선생님 말씀을 좇아 열심히 공부했던 아이는 톱클래스에 들어가지 못하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목하 브라질에서 진행되고 있는 월드컵대회에는 당초 우승후보라고 지목된 전통의 강호들이 초반에 다 나가떨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남은 강팀들에 대한 편애가 역력히 보인다. 허접한 변방국이 올라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피파의 보수적인 행태다. 말이 좋아 오심이지 어느 경우는 의도적으로 편파판정을 하는 게 역력하다. 대개 약팀들이 그 피해를 입는 것이다. 남은 강팀들만이라도 승승장구 올라가 8강전 4강전을 해야 권위도 있고 겉보기도 좋다는 인식이 분명 있는 것이다.

 최약체로 분류됐던 코스타리카가 강력한 전력으로 우승후보들을 격파하며 2라운드에 오르자 피파는 코스타리카 선수들을 대상으로 규정에도 없는 도핑테스트를 벌였다. 이 무슨 추잡한 짓거린지.

 누구나 열심히 연습하고 연마하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고 그걸 위해서 선수들은 간절한 희망으로 땀을 흘렸다. 그런데 너무 잘한다고 의심을 받는 이런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라니!

 

 

 사회는 특권층이 존재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상류사회의 로열패밀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하층민들이 그렇게 될 수 없다. 자기들만의 기득권 안으로 누군가 새로 들어오는 걸 그들은 원치 않는다. 이런저런 권력으로 처음부터 싹을 밟아 버리려는 게 그들의 속성이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다 하지만 그 로열층으로 들어가는 것은 더 어렵다.

 열심히 공부하여 상위 클래스에 오르려다 날개가 꺾인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