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천 가는 길
불교의 세계에서 우리 범인(凡人)이 가장 도달하기 쉬운 불국토가 도솔천(兜率天)이라 한다. 욕계(慾界) 6천(六天) 중 네 번째에 불과하면서도 우리들과 가장 가깝고 친밀하게 여겨지는 건 미륵불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들이 가장 행하기 쉬운 실천방법들, 즉 지극한 기도와 선정 선행 참회 공덕 등을 통해 태어날 수 있는 세계다.
기독교에서도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하느님을 따르면 천국에 도달한다고 하고, 예수가 재림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니 종교는 달라도 지향하는 세계는 일맥상통한다. 예수의 재림은 미륵불의 도래와 같은 것이다.
우리는 끝없이 행복과 영락을 추구하며 도솔천에 오르기를 소망한다.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유사 이래 도솔천에 태어났다는 사람 이야기가 없는 걸 보면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그곳을 서원하며 발원하는 것이다.
고창 선운산 도솔암에 올랐다.
도솔천에 이르고자 하는 일심으로 붙인 이름일 것이다. 높은 곳에 지은 것도 그 기원의 마음일 터. 아직은 봄이 무르익지 않은 제법 서늘한 날. 도솔암 위로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마치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수미산을 대하듯 기분이 막막하다.
옛날 동학혁명의 근원지가 된 곳이 이 마애불 앞이었다. 새로운 용화세계를 꿈꾸는 주술적인 신앙과 혁명이 결합하였다. 주도적으로 동학을 일으킨 호남인들의 상징이요 성소다.
이곳에서 시시때대로 시위를 하는 광경이 생경하지 않은 이유다.
도솔천은 안개, 안개의 바다였다. 그 위 수미산으로 짐작되는 곳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태춘 : 애고 도솔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