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다니다 보면 시골의 적당한 곳에 혼자 사는 남자들이 많다.
남자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시골생활을 갈망해 보기도 하고 실제로 낙향해서 살기도 한다. 다들 그런 생활을 동경하지만 여건이 안 되니 평생 꿈만 꾸다가 마는 것이다.
설사 여건이 되더라도 여자가 반대해서 못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략적인 성향을 보건대 남자는 전원으로의 회귀성이고 여자는 도시지향적이다. 도시생활의 안락함을 여자들은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나 혼자라도 가서 살겠다고 고감히 떨쳐나온 남자들이 내 주위에도 여럿 있다. 글쎄다. 본인들은 남보기에 근사해 보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가족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는, 남자로서 무책임하지 않나? 같이 모여 사는 게 가족의 의미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고 싶었으면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하고 결혼했으면 같이 보듬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쩌면 막무가내 독불장군이 아닌 가족과의 합의라면 그런 생활도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이기도 한다. 세상은 정답이 없는 것이다. 그런 유형의 삶이 행복하다면 그게 또 최선일지도 모른다.
나는 예전부터 이상적인 결혼관을 염두에 둬 왔다. 호적에 얽매이지 않는, 가까운 곳에 살면서 서로 왔다갔다 봐주는 자유로운 연애. 늘 설레고 사랑스럽지 않을까. 동거라는 틀에 갇혀 아웅다웅 하는 것 보다야 훨씬 센세이션하지 않은가. 당연 아웅다웅 사는 것도 삶의 한 행복이요 사는 방편이다만 다 일장일단이 있을 터.
아직도 유치한 소견머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몽상가의 치기라는 걸 나 자신 잘 안다. 그렇담 아이를 낳아야 할 것인가 낳는다면 양육은 어떡할까, 호적이 당연 필요하다는 것 등. 후속의 문제에 부딪치면 해답은 노우 할 수 밖에. 내 경우라면 아이는 낳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런 가치관을 가진 한 여자를 만나 잠깐 연애를 한 적이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같이 살자는, 일종의 청혼을 받았었다. 누구를 만나던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하는 구체적인 조건도 나누면서. 그도 무척이나 철없는 몽상가임이 틀림없다. 이상과 현실은 그 괴리가 크다는 걸 스스로 알면서도 겉으로는 낭만가인 양 포장하는 얄궂은 이상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자유연애를 동경한다. 그래서 혼자 따로 나와 살고 있는 그 남자들을 막 흉볼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