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구룡포 일본가옥 거리

설리숲 2013. 4. 25. 02:07

 

 

 

 며칠 고온의 연속이더니 이날 정오를 조금 넘겨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비바람이 사납게 몰아쳤다. 급격히 추워지고 거리의 인적도 삽시간에 끊어졌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천지를 뒤덮어버릴 것 같이 요동치며 가녀린 인간을 경외에 떨게 했다. 역시 바다의 풍랑은 그 격이 다르다.

 

 바다 앞에 서면 늘 그 위압감에 마음이 굽죄이곤 한다.

 

 

 

 

 

 

 

 

 

 구룡포 방파제 안쪽에 이색적인 풍경의 골목길이 있다.

 일본식 가옥들이 죽 늘어서 있는데 온전한 일본 전통 가옥이라 한다.

 구룡포는 이 땅 뭍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는 곳이니 일본과 관련된 사료가 있지 않을까 했더니 역시 이곳에 일본 가옥 골목이 있는 유래가 있었다.

 

 

 일본 가가와 현과 오카야마 현의 어부들이 그 인근의 어장이 차차 고갈되자 멀고 먼 조선의 동해 인근까지 조업을 나섰다. 약 100여 년 전으로 지금이야 엄격한 국제간의 어업협정이 있어 영해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그 당시야 그런 것이 있을 리 없는 때라 지금의 기준으로 불법조업이니 월경이니 하며 비난할 것은 못된다. 아무튼 가가와나 오카야마는 일본에서도 동쪽 바닷가에 있는 지방이니 거기서 조선까지 오려면 시간과 경비도 엄청 들었을 터인데 그들의 절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겠다.

 

 조선의 동해에서 조업을 하며 먼 길을 왕래하느니 가까운 조선의 해안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구룡포 그곳에 일본인 가옥들이 남아 있게 되었다. 그 옛날 당에 신라방이 있었던 것과 같은 유래다.

 

 작금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로의 회귀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들이 남기고 간 건축물은 엄연히 이 땅의 문화유산이니 잘 간직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본 본토에 가지 않으면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들의 문화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곳이다. 더구나 100여 년 전 그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니 일본건축물이지만 우리문화재로서도 가치가 있어 보인다.

 

 

 

 

 

 

 

 

               Mariza : Meu Fado M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