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초연
설리숲
2013. 4. 5. 23:03
전날 사사로운 일로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일부러 장난을 쳤다.
어깨를 주물러 주고 머리카락을 헝그러트리고 평소에도 자연스레 하던 짓이지만 다시 귀 뒤로 넘겨주고는 행여 성적인 불쾌감을 느낄까 싶어 그 앞에서 민망한 교태를 부렸더니 피식 웃는다.
- 생각나게 하는 짓 좀 하지 말아요
얼마 있으면 헤어져 또 각각의 삶으로 돌아간다니
어설프게 정들어 나중에 생각하게 하지 말자는 경고 내지는 간특일지니.
내게 너무 잘해 주지 말라는 드라마의 대사보다도 그 얼마나 정갈하고 애절한가.
나는 곧잘 아무 여자에게 농담을 하곤 한다.
- 나 보고 웃지 마요.
옛날 어떤 여자가 나 보고 웃는 바람에 내 인생 이렇게 망가졌어요-
못 맺을 인연이라면 정일랑 붙이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사람 사는 세상에 이성과 감성은 늘 얼키고 설켜 어지럽고 정신머리없다.
내 방에서 넘겨다보는 창 밖은 온통 진달래 무더기들이다
그리도 해사하고 곱더니 봄도 지쳐가는가 하롱하롱 하나씩 떨어지기도 하고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자연과 인간사가 다 그렇지.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한창 피었다가 황혼을 맞는 거지.
괴로워하느니 외로워하자.
청춘시절에 여인과 헤어지고는 이 노래에 담뿍 빠진 적이 있었다.
세상의 남녀간 사랑은 너무도 가련하고 애절하지 않은지.
이동원 : 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