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제발 물 좀 주세요

설리숲 2012. 6. 22. 00:19

 

 

 한창 에로성 영화가 붐울 이룰 때 참 희한한 제목들도 많았다. 노골적이거나 우회적으로 성적인 뉘앙스를 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을 테지.

 날마다 허물 벗는 꽃뱀, 피조개 뭍에 오르다, 장대를 잡은 여자, 여자가 두 번 화장할 때, O양의 아파트 등등.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어린 눈에도 제목들이 얼마나 유치하던지.

 포스터엔 몽롱한 표정의 여자가 반라의 야릇한 포즈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고...

 한창 성에 눈뜨던 혈기방장한 녀석들에게도 도저히 유혹되지 않는 그것들.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포스터 중에 이런 카피도 있었다.

 "목이 말라요. 당신의 물을 주세요"

 참말 노골적인 묘사다. 누구나가 떠올리는 그 물이란...

 그 유치한 저질의 카피에도 우리는 낄낄낄 웃어 주었고...

 

 아무리 과학과 문명이 발달했대도 농사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농사뿐인가. 수돗물을 공급받으면서 여유롭게 생활하는 도시인들도 이대로 저수지가 마르고 말면 그대로 죽고 말지어다. 

 아! 이 눈부신 21세기의 문명인들도 하늘만 쳐다보면서 대책없긴 마찬가지로구나.

 축 늘어진 호박 잎들을 보면서 이제나 저제나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애가 탄다.

 호박 따위 말라 죽는 게 대수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 말라죽게 생겼다.

 문득 고교시절의 그 유치한 영화 카피가 이때 생각난 거였다.

 

 목이 말라요 당신의 물을 주세요

 

 아! 얼마나 멋진 카피인가.

 제발 물좀 달란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