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보이지만 볼 수 없는

설리숲 2011. 12. 2. 21:46

 

 아동보호기관 사무실이 방화로 인해 전소되고 10명이 화를 입었다.

 

 죽고 사는 일이 한순간이더라고

 아비규환 죽음의 문 앞에서 빠져나온 그녀가 끔찍했던 당시의 심정을 이야기했다.

 상상만 하는 나 역시 끔찍했다. 구조요원 아니었다면 살아나지 못했다고. 정신과치료를 받는다니 그 얼마나 참혹한 상황이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는 마치 그녀가 변을 당한 게 내 잘못인 것만 같아 괴로웠다. 악몽의 기억을 여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을 그 얼굴을 어루만지며 괜찮다고 내가 있으니 염려 말라고 위로해 주지 못하는 처지가 미안했다.

 내가 얼굴을 감싸 어루만지며 위로해 줄만한 사람인가. 그녀가 내게 그런 여자인가. 이미 멀리 있다. 그와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여태까지도 그렇게 살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그의 절체절명의 처지를 접하는 심리는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마치 이때껏 가장 사랑하는 연인이었고 그 연인이 사고를 당한 것 같은 아픔과 처절함이란.

 

 멀어지려는 연인의 마음을 잡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곤 하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설정은 과연 허구가 아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의 안부를 묻고 안정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내 제한 밖의 행동이다. 다만 더 이상 상처가 덧나지 않고 그날의 끔찍한 악몽을 어서 잊기만을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