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숲 2015. 12. 20. 22:45

 

 산장의 뒷마당,

 희움한 불빛 안에 당신이 앉아 있었다.

 다가가 그 옆에 앉으니 또렷이 보인다. 이마 눈 코 뺨 입술 목.....

 

 한데 눈 밑에서 뭔가가 반짝거린다.

 또 울었나.

 당신의 취미는 우는 거다. 눈이 아파 울고 목이 아파 울고 속이 상해 울고 외로워서 울고 아이가 사랑스러워 울고 글이 안 써진다고 울고......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울건 뭐야.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 밑 만이 아니고 눈 옆에서도 위에서도 반짝거린다.

 

 "반짝인다고 다 눈물은 아니란 말예요"

 

 은가루다. 펄(pearl)이라고 하나.

 이쁘다. 은가루를 뿌려서 이쁜 게 아니고 그 나이에(?) 그런 수선을 떤 게 이쁘다.

 그래 당신은 여전히 소녀다. 그러니 걸핏하면 그리 우는 거지.

 

 그래도 이젠 울지 마라.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잖아. 아이들에게는 당신은 강한 엄마가 돼 줘야 하지 않나.

 

 어쨌든 그날밤 당신은 참 이뻤다. 은가루가 뽀인트였다.

 

 숲..

 내가 늘 내 연인이라며 치근대도 싫다 내색 안하고 받아주는 우리 숲..

 인제 진짜 진짜 울지 말아요.

 

 그대 안의 자유,

 내 안엔 그대-

 

 

            


 

 


우리들의 인연은 얼마큼 흘러왔나..파릇파릇 솟았다가 뜨겁게 부대끼다가 색깔이 바뀌는 바람에 서늘해지다가 눈 오는 날의 먼산처럼 아련히 다만 그리워만지는 이 즈음참 오랜만에 참 반가운 소식이 참 고맙게 울려왔다!가녀리고 애달픈 이수경()이 드디어 해냈구나!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를 세월마저 이기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 자연사 박물관 -이 당선되었다니그녀를 아는 이 누군들 눈물겹게 축하하며 즐거워하지 않겠는가!

                                                                                                                 - 양섭

 

 

 그렇지.

 당신은 글 쓰는 거 빼면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울면서 징징대는 건 트레이드마크.

 

 나이 50이 넘어서 비로소 하나를 이루었군, 이병주가 50대 등단한 이래 그리 늦은 나이에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례가 있는가 몰라. 한번 기록을 찾아봤으면.

 당신도 당신이지만 나 역시 가까이에 또 하나의 유명작가가 생겼다는 게 참 대견스런 일이기도 해.

 아버지의 트라우마에서는 벗어났는지 몰라.

 당신은 글을 써도 그것에서 평생 자유롭지 못할 것처럼 보여서 늘 안타까웠네만, 이번 작품은 어떤지 빨리 읽고 싶군.

 

 그런데 내 머리가 몹시 혼란스러워.

 당신은 보수꼴통과 조중동을 몹시 비판하고 증오도 했지.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눈동자엔 늘 영채가 살아 있었다.(물론 그 눈동자로 징징댈 때가 많았지만)

그랬는데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를 했구먼.

 

 1. 변절인가?

 2. 증오하던 신문사에 엿먹어라 내지른 건가?

 3. 평생을 갈구하던 신춘문예 바늘구멍에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었던가?

 언제 만나서 답을 듣고 싶으이.

 요즘도 솔아 솔아 푸른 솔아를 주구장창 불러대는지.

 


 아무튼 참 잘했어요 수경.

 이제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았으니 그 위에서 당신 맘껏 놀거나 재주부리든지 그 시퍼런 펜촉을 휘갈기시게. 이 풍진 세상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