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숲 2008. 3. 23. 11:10

 

  강원랜드 앞 큰길에서 보이는 좁다란 샛길이 있다. 그 산길로 접어들면 가파른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새로운 여행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화절령으로 오르는 길이다.

 그 오르막 어디쯤에 탄광의 흔적이 있다. 보배로운 탄맥을 품고 길게 누운 백운산 줄기에 한때 그 보석들을 꺼내기 위한 흥성거리는 시대가 있었다.

 오늘의 사북을 있게 했던 그 검은 보배들. 돈푼깨나 만져 보겠다고, 지지리 가난을 면해 보겠다고 깊숙이 들어앉은 오지로 몰려들던 사내들이 있었다. 현대판 엘도라도였다.

 흥성했던 엘도라도는 그러나 쓸쓸한 흔적만 남기고 허무하게 사라져 갔다. 사내들을 따라 들어온 여인네들, 삭막한 고원지대에 화려한 꽃잔치를 벌이던 그 여인네들도 가뭇없이 사라져 버렸다.

 검은 도시에 새 주인으로 들어앉은 게 강원랜드다. 일확천금의 망상에 황폐한 영혼을 지닌 군상들이 또다시 몰려들어오는 곳.

 이번엔 라스베이가스다.

 

 사북.

 묘한 동네다. 한마디로 표현하지 못할 이상한 나라.

 

 

 

 

 저 탄광의 흔적들을 보면서  역사의 유물로 보존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타 버린 숭례문은 손을 대지 말고 그대로 둔다면 그 또한 역사의 유물로서 가치가 있을 텐데. 어차피 복원을 한다 해도 600년이 주는 가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건 그것대로 보존하고 새 숭례문은 다른 곳에 복원하면 어떨까.


 

 아, 사라진 영화여.

 너를 지나려다 덧없는 인생에 나는 숙연해졌다.

 말없고 강단진 너도 그럴진대 유약하고 가벼운 인간의 신세란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떨기만도 못하니.